신뢰는 투명함에서 시작된다
투명한 공유가 예측 가능성이 되고, 예측 가능성이 신뢰가 되는 과정에 대한 생각
team-culture, leadership, communication
함께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신뢰라고 답할 것 같다.
서로 신뢰하는 팀에서는 모든 일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 업무를 맡으면 책임지고 진행할 것이라 믿을 수 있고, 문제가 생기면 더 늦기 전에 알릴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의견이 부딪히더라도 개인적인 공격이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논의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다고 “서로 믿고 일합시다”라는 말만으로 신뢰가 생기지는 않는다.
신뢰는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쌓인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솔직함과 투명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함과 투명함
솔직함과 투명함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솔직함이 질문을 받았을 때 사실대로 답하는 태도라면, 투명함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내용을 먼저 공유하는 태도에 가깝다.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지, 진행을 막는 문제가 생겼는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지, 지금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를 주변에서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는데도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가 일정이 지난 뒤에야 상황을 알리는 경우가 있다.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닐 수 있지만, 투명하게 일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팀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나쁜 소식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상황을 알 수 없는 상태가 더 큰 불안을 만든다.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사실보다, 늦어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가 더 불안하다.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보다, 문제가 있는지 매번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 더 피곤하다. 의견이 다르다는 사실보다,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더 큰 오해가 생긴다.
투명하게 공유한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고, 필요한 사람이 더 일찍 대응할 수 있다.
신뢰는 예측 가능성에서 나온다
신뢰는 상대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믿는 것만은 아니다.
나는 신뢰를 상대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할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업무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면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예상보다 늦어진다면 이유와 영향을 알리고, 혼자 해결하기 어렵다면 적절한 시점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숨기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하려 할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다.
그래서 투명하게 일하는 사람과는 불필요한 확인이 줄어든다.
진행 상황을 계속 물어볼 필요가 없고, 혹시 문제가 있는데 말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결정이 어디에서 어떻게 내려졌는지 뒤늦게 추적할 일도 줄어든다.
결국 투명함은 단순히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태도가 아니다. 서로를 예측할 수 있게 하고, 확인과 오해에 들어가는 협업 비용을 줄이는 업무 방식이다.
팀 메신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이유
우리 팀은 업무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팀 메신저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지금은 Slack을 쓰고 있지만, 꼭 Slack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팀 메신저는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채팅 도구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업무의 진행 상황과 판단의 맥락이 쌓이는 공간에 가깝다.
어떤 일을 시작했는지, 지금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무엇이 막혀 있는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가능하면 공개된 채널에서 공유하려고 한다.
개인 메시지보다는 채널에서 이야기하고, 구두로 결정한 내용도 다른 구성원에게 영향을 준다면 다시 기록한다. 결과만 전달하기보다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현재 어떤 상황인지도 함께 남기려고 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모든 메시지를 읽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시점에 맥락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업무에 연결되는 순간,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결정에 이르렀는지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정보가 개인의 머릿속이나 DM에만 남아 있으면 팀은 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된다. 반대로 업무의 배경과 결정이 공개된 공간에 쌓이면 개인이 가진 정보가 팀의 자산이 된다.
다만 메시지가 많다고 해서 투명한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내용이 수많은 메시지 사이에 묻히면 오히려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진다. 무엇을 공유할지뿐만 아니라 어느 채널에, 어떤 구조로 남길지도 중요하다.
투명함은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정보를 적절한 시점에 공유하는 것이다.
투명함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잘되고 있는 일을 공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잘되지 않고 있는 일을 드러내는 것이다.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는 사실, 처음 세운 계획이 틀렸다는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는 사실,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하려면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투명함을 구성원 개인의 태도로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문제를 일찍 공유한 사람에게 곧바로 책임부터 묻거나, 일정 지연 가능성을 알린 사람을 질책한다면 사람들은 점점 나쁜 소식을 늦게 말하게 된다. 겉으로는 별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문제는 더 늦고 더 큰 형태로 드러난다.
리더가 투명한 팀을 원한다면 불편한 소식도 올라올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 책임과 문제를 일찍 공유한 행동은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책임져야 할 부분은 분명히 확인해야 하지만, 문제를 드러낸 행동까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물론 공유했다고 해서 책임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알리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과 예상되는 영향, 시도한 방법, 필요한 도움, 다음 행동까지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투명함은 책임을 피하기 위한 보고가 아니다. 문제를 더 일찍 해결하고, 필요한 책임을 함께 수행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신뢰는 작은 공유에서 쌓인다
팀의 신뢰는 거창한 구호보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행동을 통해 만들어진다.
문제가 생겼을 때 늦기 전에 알리는 것. 결정한 내용을 관련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남기는 것. 진행 상황이나 일정이 달라졌을 때 먼저 공유하는 것. 잘 모르겠을 때 모른다고 말하는 것. 도움이 필요할 때 너무 늦기 전에 요청하는 것.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서로가 어떻게 일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상대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면 불안이 줄고, 불안이 줄면 확인과 방어에 쓰는 에너지도 줄어든다. 그렇게 신뢰가 쌓인다.
투명하다고 해서 언제나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정이 계획대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의견 충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잘못된 결정을 더 빨리 발견할 수 있고, 일정이 크게 어긋나기 전에 대응할 수 있으며, 갈등이 오해로 커지기 전에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가 팀 메신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도 메시지를 많이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누가 얼마나 일하고 있는지 감시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서로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알 수 있게 하고, 필요한 사람이 적절한 시점에 참여할 수 있게 하며, 개인이 가진 업무 맥락을 팀의 맥락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신뢰는 상대가 별문제 없이 알아서 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생기면 숨기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상황이 달라지면 먼저 알릴 것이라는 믿음, 함께 해결해야 할 일이 생기면 투명하게 드러낼 것이라는 믿음이다.
나는 그런 신뢰가 투명함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